익명의 사람으로부터 120만 원을 받은 모녀

2014년 9월, 이미지 공유 커뮤니티 임그루(Imgur)에 아이디 '진저스냅1316(gingersnap1316)'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한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과 함께 그녀는 다음과 같은 장문의 글을 썼습니다.

 

"오늘 아침,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돌아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두 번 울린 초인종 소리는 무시했지만, 세 번째 울린 소리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들어오게 해줬습니다. (인터폰이 없어서 그 사람들에게 누구냐고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인지 보려고 문구멍으로 밖을 지켜봤습니다. 나이가 제법 있으신 신사분이 제 문 앞에 서더니, 똑똑 두드리시는 겁니다.

 

저는 문을 열고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고, 그는 저에게 "혹시 이름이 카렌(Karen)이세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카렌은 우리 엄마라고 답해드렸고 그는 바로 웃으며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편지 봉투 하나를 건네주곤 나갔습니다. 저는 집으로 다시 들어와 봉투를 열어보았죠. 그리고 그 안의 많은 돈을 발견한 그 순간, 저는 온몸의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120만 원이나 받다니."

 

Imgur / gingersnap1316

 

그리고 돈과 함께 들어있던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어떤 친절한 사람이 준 거로 생각하시고, 이 선물을 받아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가 유독 아꼈던 한 사람은, 평생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다른 사람들을 '익명의 친절'이라는 이름으로 돕는 데 힘썼습니다. 그녀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기쁘게 해주었지만, 늘 익명으로 남고 싶어 했습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녀를 추억하며, 우리는 주위 사람들을 익명으로 돕는 그녀만의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익명의 친절'을 베풀 땐, 꼭 돈을 주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기, 경청해주기, 칭찬해주기 등 단순한 친절도 ‘익명의 친절’일 수 있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행동이 그 사람들이 원해서 한 것도, 보답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어야 합니다.

 

당신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주위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이 돈을 당신이 써야 할 곳에 사용해주세요. 경제적 부담을 좀 던다든지, 당신을 위해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할 기회로 삼는다든지.

 

우린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시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함께 '전통'을 이어나가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저는 그 남자가 누군지 전혀 알 길이 없었고, 제가 다시 밖으로 나가본 그 순간 남자는 이미 떠난 지 오래였습니다. 저는 엄마를 불러와, 앉아서 직접 편지를 읽어보시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울부짖기 시작하셨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엄마는 난소암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셨습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도 매우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죠. 아마 주신 분의 기대 이상으로 이 편지는 엄마에게 큰 격려와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이분들은 엄마에게 그간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희망을 품고 웃을 이유를 선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제게 일어난 모든 일과 이 아름다운 전통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건 말은 무척 쉽지만 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이, 온 세상을 점차 크게 바꿔나가는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누군가에게 '익명의 친절'을 한 번 베풀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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