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1차 세계 대전 군인의 결혼 반지가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다

라이오넬(Lionel)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샤니쉬르뫼즈(Charny-sur-Meuse)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의 마을 근처에는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던 베르됭전투(the Battle of Verdun)가 일어났던 격전지가 있죠. 

라이오넬은 숲을 산책하면서 버섯을 따따곤 합니다. 요리에 넣기도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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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됭 숲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종종 자연 그 이상의 것을 마주치곤 합니다.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종종 전사한 군인들의 뼈조각을 발견하곤 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유가족을 찾아서 장례식을 치러줘야 할 텐데 말이죠."

2011년의 어느 날, 라이오넬은 숲 속을 거닐다가 버섯처럼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무심결에 집어든 그는 깜짝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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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져 있던 것은 사실 금으로 된 반지였어요. 마치 새 것처럼 반짝거리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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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반지인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반지 안쪽에는  "마샤와 레옹(Martha et Léonce), 18.7.14"라는 글귀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숫자 14가 1914년을 뜻하는 것이라면 당시 참전한 군인이 끼고 있던 반지가 틀림 없었습니다. 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반지를 그 곳에 그냥 둘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바꿔 반지를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이 반지의 주인공이었던 부부는 1차 대전 발발 15일 전에 결혼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날의 끔찍했던 전투에서 수많은 전사자들과 함께 반지도 땅에 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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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은 반지를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반지 주인의 후손에게 돌려줄 확률이 높았죠. 그는 교사로 일하는 친구 세드릭(Cedric)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당시의 기록을 함께 조사한 후, 그들은 1914년과 1918년 사이 베르됭 전투의 전사자 중 레옹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무려 1,200명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들 중에서 반지 주인을 찾기란 불가능해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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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지만, 반지 주인을 찾기 위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했고 이들은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2016년 말 어느 날, 세드릭은 라이오넬에게 전화를 걸어 반지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약간은 주저하면서 조사에 진척이 있을 거라는 말을 전했죠. 군인들의 식별 번호를 포함한 일부 정보가 최근 공개 대상이 되었던 겁니다.

두 사람은 새롭게 공개된 기록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반지의 주인공을 찾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킬레 레옹 부렐리(Achille Léonce Bourrelly)였고, 1916년 전투 도중 반지가 발견되었던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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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로, 라이오넬은 후손들의 전화번호를 추적했습니다. 프랑스 님(Nîmes) 지역으로 추정되던 첫번째 전화번호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는 알랭 부렐리(Alain Bourrelly)라는 사람이 사용하고 있던 두 번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음성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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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음성 메시지가 와있었죠. 어떤 남자가 저희 가족 중에 베르됭 전투에서 전사한 사람이 있는지 묻더군요.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죠."

라이오넬은 알랭에게 15년 전에 발견했던 반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라이오넬은 저에게 할아버지의 반지를 발견했고, 우리가 원한다면 가져가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날 밤잠을 설쳤어요. 제 아버지는 사실 아버지를 모른 채 자랐어요. 제 할머니는 전쟁이 끝난 후 재혼하셨거든요. 가족들과 그 때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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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기리기 위해, 알랭은 가족들과 베르됭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랫동안 자기들을 찾아온 라이오넬과 세드릭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가을이 될 때까지 일부러 기다렸어요. 베르됭 전투 당시 할아버지가 본 풍경을 그대로 눈에 담고 싶었거든요. 그 때쯤의 베르됭은 이미 겨울이더군요." 

알랭의 가족과 라이오넬, 세드릭은 모두 함께 반지를 발견했던 곳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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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 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잃었죠. 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은 두 마을 사이의 폐허같은 공간이었어요. 군인들은 모두 얼어붙은 땅을 파서 참호를 만들었던 거죠. 이런 상황이었다면 사실 학살에 가까웠을 거예요."

그곳에서 본 장면에 가슴이 아팠던 알랭은 오래 전에 잊혀졌던 가족사를 다시 들춰보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의 결혼 증명서와 사망 진단서도 들여다 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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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12월 15일,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밤이 지난 후 눈 덮인 아침, 프랑스 군대는 맑은 날씨를 기회로 공격을 개시했지만, 독일의 포대 역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레옹 부렐리는 전투 도중 포탄 파편에 맞아 사망했다. 공식 기록 상 레옹 부렐리는 1916년 12월 15일 아침 10시 10분, 뫼즈강 지역 라 코테 푸아부르(a Côte du Poivre)에서 프랑스를 위해 싸우다 전사하였다."

아래 영상은 라이오넬이 반지의 주인공을 찾게 된 사연을 담은 지역 뉴스입니다(프랑스어).

감동입니다. 인류는 전쟁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거의 없으며, 슬프게도 우리 모두의 가족 중 누군가는 전쟁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에서 남겨진 잔해와 흔적들은 피로 물든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수백 년이 흘러도 전쟁이 남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죠.

15년이 지난 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라이오넬과 세드릭 덕분에 반지는 손자인 알랭과 그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알랭은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제대로 기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편히 잠드시길.  

소스:

MidiLi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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