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을 앓는 소녀,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펼치다

대만에 사는 젊은 여성 진구이(Jingui)는 갓 태어난 자신의 딸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 기쁨 대신 걱정이 앞섰다. 의료진들도 축하 대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아기가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살더라도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엄마 진구이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진구이의 아기 페이진(Peijin)은 신체 대부분의 표피가 늘 물집으로 뒤덮이고 피가 나는 희귀한 유전 질환 수포성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을 지닌 채 태어났다.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상처는 피부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붕대 등으로 항상 덮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운 사실은 아직 치료법이 없다는 것.

유아기를 무사히 보낸 페이진은 비록 몸은 약했지만, 늘 활기찬 기운을 잃지 않는 소녀로 자랐다. 그 사이 엄마 진구이는 이러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딸을 어떻게 보살피고 돌봐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배워 나갔다.

페이진처럼 희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다. 때때로 진구이는 하루 중 8시간을 딸아이의 상처에 붕대를 감으며 보내야만 했다. 엄마가 붕대를 떼어낼 때마다 아이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가끔 진구이는 소독용 가위로 물집을 터트려 고름을 주사기로 빼내기도 했다.

어린 페이진의 일상은 늘 고통스러운 일과로 가득했다. 목욕을 끝내고 나면 욕실 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고통 없이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라요." 페이진의 말이다. 그럴 때마다 엄마 진구이는 이 병에 절대 지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제 딸을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당당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딸의 인생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신나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도요." 진구이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Youtube/誕生新書發表會

엄마의 응원과 낙관적인 마음가짐은 페이진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었다. 소녀는 또래 아이들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동호회도 가입했고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마침내 어린 페이진은 그림에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했다.

페이진은 처음 붓을 잡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붓을 들고 하얀 도화지에 화려한 색깔을 천천히 채워 넣으면, 비록 몸을 움직이는 동안 피부는 아팠지만 너무나 행복했다고. 자신을 가르쳐줄 미술 선생님을 찾지 못한 페이진은 그림 그리는 법을 독학했다. 진구이는 딸에게 미술 책을 사줬고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렸다. 가끔 종이에 피가 묻어나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그림을 향한 소녀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Youtube/誕生新書發表會

그림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페이진은 희귀병을 앓는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한 책을 써냈다. 그녀의 첫 작품이었다.

페이진의 그림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뛰어난 그림 실력뿐 아니라 그녀의 병에 대해서도 차츰 알게 되었다. 페이진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의 아빠는 그녀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누군가 우리의  삶이 어떤지 알려주네요..."

Youtube/誕生新書發表會

자신의 고통스러운 어린시절을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하는 페이진.  밥 한 숟가락을 삼킬 때도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일상이라니 얼마나 괴로웠을지.   

Youtube/誕生新書發表會

때로 페이진은 엄마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무력해지기도 하지만, 진구이는 딸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삶은 나름의 의미가 있단다. 네가 행복하다면, 엄마도 행복해. 엄마한테 미안하게 생각할 일은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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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진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멋진 롤모델이 되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현재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아래 영상에서 그녀의 작품 세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중국어).

 
보통 사람들은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진은 살아남았고, 더 나아가 누구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녀야말로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 아닐까.
 
정말 멋져요, 페이진! 조금만 일이 잘 안풀려도 불만을 쏟으며 툴툴 거리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은 주변 사람들에게 페이진의 이야기를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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