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워하는 부부들에게 보내는 한 남자의 조언

사람들 눈에 리처드 폴 에번스(Richard Paul Evans)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미국 유타주에 사는 53세의 리처드는 자녀 다섯을 둔 가정적인 남자이자 작가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사실 지난 수년간 남몰래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한 고통을 견뎌왔다. 리처드는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주제로 한 개인적인 글을 올렸다.

Facebook/ Richard Paul Evans

큰딸 제나가 얼마 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이혼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그런데 12살이 되자 그렇게 서로 싸울 바에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엄마, 아빠가 잘 지내게 돼서 좋아요." 아내 케리(Keri)와 나는 사실 수년간을 싸워댔다.

Facebook/ Keri DiSera Evans

돌아보면 우리가 처음 서로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의 성격이 무척 달랐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이 지속될수록 우리 사이의 간극은 좁힐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부와 명성'도 가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아내와의 신경전을 견디기 힘들어 차라리 책 홍보 투어를 핑계삼아 집을 떠나는 편이 마음 편했지만, 고통을 잠시 유예한 것일 뿐 돌아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싸움은 일상이 됐고, 평화로운 부부관계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뼛속까지 방어적이었고,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감정적인 벽을 쌓았다. 이혼 위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실제로 이혼을 언급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Facebook/ Richard Paul Evans

깨달음이 찾아온 것은 어느 책 홍보 투어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는 또 전화로 대판 싸웠고, 케리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나는 혼자였고, 외로웠고, 당혹스러웠고, 화가 났다. 이제 한계였다. 그때 신을 찾기 시작했다. 혹은 신을 '작동'시켰던 것인지도. 그걸 기도라고 부를 수 있을지, 신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기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뭐였던 간에 내게는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나는 애틀랜타 벅헤드 리치 칼튼 호텔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고함을 질렀다. 이 결혼은 잘못됐고, 더는 못해먹겠다고. 이혼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함께여서 오는 고통도 견디기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혼란스러웠다. 왜 케리와 같이 사는 게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케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좋은 사람인데. 왜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왜 나는 이렇게나 정반대의 사람과 결혼한 걸까? 왜 아내는 달라지지 않을까? 목이 쉬고 목소리가 갈라진 채, 결국 샤워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Twitter

절망의 끝에서,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넌 아내를 변화시킬 수가 없어, 릭(Rick). 단지 너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이지. 그 순간, 나는 기도했다. 하느님, 제가 아내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면, 저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날 밤 늦게까지 기도했다. 다음날,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기도했다. 밤이 돼서 아내와 한 침대에 들자 몸의 거리는 한 뼘이었지만 마음의 거리는 십 리처럼 느껴졌다. 그 때 갑자기 영감이 찾아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이불 속에서 케리 쪽으로 살짝 굴러가서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케리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뭐?"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기분이 좋아지겠냐고?"

"뭘 해도 안돼. 그런 건 왜 물어보는데?"

"왜냐면 그러고 싶으니까. 어떻게 해야 오늘 당신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아내는 냉소적으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할 일이 없나 봐? 그럼 부엌 청소나 하시던가."

아내는 내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알겠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청소했다.

다음날 나는 똑 같은 질문을 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아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차고를 청소해."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미 충분히 바쁜 하루를 보냈고, 케리가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았기에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대신 이렇게만 말했다. "알겠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2시간 동안 차고를 청소했다. 케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또 다음날이 됐다.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제발 그만 좀 물어봐."

"미안해. 하지만 계속 물어볼 거야. 내 자신과의 약속이거든.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왜냐면 당신이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 우리 결혼생활도."

다음날 아침, 나는 또 물어봤다. 그 다음날, 그 다음날도. 2주째로 접어든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내가 질문을 던지자 케리의 눈이 눈물로 젖어들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제발 그만 물어봐. 당신이 잘못한 게 아냐. 내가 이상한 거야. 내가 같이 살기 힘든 사람이라서 그래. 왜 아직까지 당신이 내 곁에 있는지 모르겠어."

나는 부드럽게 아내의 턱을 들어올려 눈을 바라보았다. "왜냐면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그건 내가 해야 될 말이야."

"그럼 해. 하지만 지금은 말고. 지금은 내가 달라져야 하거든.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어."

아내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까지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나는 대답했다. "사랑해."

그녀도 말했다. "사랑해."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아내는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같이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나는 미소를 건넸다. "그거 좋네."

한 달이 넘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부부싸움이 중단됐고, 케리도 묻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 어떻게 하면 당신한테 더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사이의 장벽은 무너졌다. 우리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와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물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 이후로 우리가 한 번도 싸우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싸움의 성격이 달라졌다. 점점 횟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예전처럼 치열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부부싸움에 전과 같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았다.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Facebook/ Keri DiSera Evans

케리와 나는 30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 나는 이제 그저 아내를 사랑할 뿐 아니라 인간적인 호감을 품고 있다. 그녀와 함께인 것이 좋고, 곁에 있어도 그립고, 필요하다. 우리의 차이점 가운데 대다수는 도리어 강점이 됐고, 나머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하는 방법을 배웠고,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행동하고자 하는 의욕을 되찾았다.

결혼생활은 어렵다. 하지만 부모가 되기도 어렵고,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고, 책을 쓰는 것도 어렵고, 그밖에 인생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들은 모두 어렵다. 인생의 동반자를 얻는다는 것은 놀라운 선물이다. 결혼 제도는 누군가의 사랑스럽지 않은 부분을 감싸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배웠다. 사실 우리 모두는 '사랑스럽지 않은 부분'을 지니고 있으니.

시간이 흐른 후, 우리의 경험이 결혼 생활이라는 큰 그림을 한 장으로 설명하는 삽화였다는 것을 알았다. 소중한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누구나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의 인생이 나아질 수 있을까?"를 물어봐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로맨스 소설(나도 몇 편을 썼지만)은 욕망과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전부지만, 그 후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원동력은 욕망에서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 대부분의 로맨스가 묘사하는 그런 욕망은 답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행복을, 때로는 나의 행복을 희생해서라도, 원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나의 복사본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상대의 다른 점에 대한 배려와 관용을 베풀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그저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욕심의 변주곡일 뿐이다.

Facebook/ Keri DiSera Evans

우리 부부의 방법이 다른 모두에게 통하라는 법은 없다. 모든 결혼 생활이 깨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경우에, 나는 오래 전 그날 찾아온 깨달음에 감사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베프이자 반려인 아내가 옆에 누워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도,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 중 하나가 가끔 침대 맞은 편으로 굴러가서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라고 물어볼 거라는 사실이 감사하다. 오늘도 그 질문을 하기 위해, 또는 받기 위해 눈을 뜬다.

케리와 리처드는 다시 한 번 서로에게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 이들의 해피엔딩이 힘겨운 연애 또는 결혼 생활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Comments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