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로부터 학대당한 여성, 그녀의 얼굴을 세계에 공개하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39세의 파울라(Paola Mascambruni). 자녀 넷을 둔 엄마이기도 한 파울라는 가정폭력이라는 무시무시한 덫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며칠 전, 끔찍하게 두들겨 맞은 얼굴을 인터넷에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던 파울라.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9년, 파울라는 일하던 항공사에서 로드리고(Rodrigo Eduardo Picolini)라는 남자를 알게 됐다.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 둘은 행복한 교제를 이어나갔다. 얼마 안 가 파울라는 첫아들을 임신했고, 이때 처음으로 로드리고의 어두운 본성과 맞닥뜨리게 됐다.

임신 2개월째, 커플은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시작했다. 이때, 로드리고는 이성을 잃고 들고있던 맥주잔을 파울라를 향해 던졌다. 이 일이 벌어진 지 얼마 안 돼, 로드리고는 북적이는 시내 쇼핑몰 한가운데에서 화를 이기지 못하고 파울라의 뺨을 물어뜯었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에 후회와 수치심을 느낀 로드리고는 파울라에게 싹싹 빌며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남자친구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파울라는 배 속의 아기를 생각하며 그를 용서해주기로 힘들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6개월 후, 이성을 잃은 로드리고가 파울라를 침대에 집어 던지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을 때, 파울라는 더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헤어진 그들이 다시 만난 것은 만삭의 파울라가 아들의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로드리고는 태어날 아들을 보고 싶다며 병원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로드리고를 본 파울라는 내심 반가웠다. 그러나 분만 도중 무엇인가 로드리고의 심기를 건드렸고, 성난 그는 병동의 기물을 파손하기 시작했다. 이에 놀라 달려온 병원 직원이 잽싸게 그를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파울라는 괴로운 과거의 기억을 잊고 미래만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폭력적인 남자와 함께하기 보다 싱글맘의 삶을 택한 그녀는 로드리고의 접근을 차단했다. 시간이 흐르고, 아들 발렌티노의 아버지가 되어줄 만한 남자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 없이 자라야 하는 아들에 죄책감을 느낀 파울라는 발렌티노에게 생부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가 과거 휘두른 폭력의 기억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울라는 로드리고에게 다시 연락했다. 

이제 로드리고는 아들을 보러 파울라네 집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처음 로드리고는 아이와 함께 산책하거나, 발렌티노에게 이것저것 사주는 등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는 듯했다. 파울라는 로드리고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2016년 5월엔 둘만의 저녁식사 약속까지 잡았다. 도란도란 식사하며 합칠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 둘은 식사가 끝날 무렵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커플이 합치기로 결심한 바로 그 주말, 발렌티노가 울먹이며 로드리고의 집에서 돌아왔다. 로드리고가 아이의 얼굴과 배를 주먹으로 때리며 난동을 부린 것! 

"우는 아들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전 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해보라고 했고, 그게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어요. 흥분한 로드리고는 저희 집을 아예 파괴할 작정으로 찾아왔어요. 그의 차가 대문에 거칠게 부딪히며 멈춰섰고, 차밖으로 나온 그는 총을 꺼내 들더니 절 죽이겠다고 협박했죠." 파울라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목숨이 위험하다고 느낀 파울라는 처음으로 경찰에 연락했다. 이후 로드리고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 파울라는 그해 12월, 로드리고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로드리고는 사고 후 자신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파울라와 아들 발렌티노에게 저지른 폭력이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죄임을 깨달았다며 연락해왔다.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는 모든 것을 뉘우치고 시간을 되돌려 파울라와 함께 새 삶을 살고 싶다고 간절히 청했고, 이에 마음이 약해진 파울라는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2017년 3월 16일. 

그날따라 로드리고는 왠지 모를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집에 돌아왔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는 파울라의 시선을 끌려고 꽤나 공들여 멋부린 듯했다. 파울라가 그의 옷차림에 대해 아무 반응이 없자, 로드리고는 왜 반응이 없냐며 그녀를 다그쳤다. 순간 할 말을 잊고 멍해진 파울라를 보고, 로드리고는 불같이 화내기 시작했다.

"그는 집의 문이란 문은 모두 잠그고, 제 옷을 벗겼어요. 그리고 제 어깨를 감싸 쥐더니 등을 던지다시피 밀쳐서 그 충격으로 창문이 깨졌죠. 쓰러진 저를 걷어차고, 주먹질하고, 목을 졸랐어요. 그가 지껄인 욕설 중 가장 덜 민망한 단어가 '창녀'였어요. 제발 진정하라고, 날 죽일 셈이냐고 울부짖자, 당연히 절 죽일 거라고 했죠." 로드리고의 폭력은 2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파울라는 그를 피해 마룻바닥을 기어 다니며 있는 힘을 다해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다. 그녀의 외침을 듣고 구해주러 오는 이는 없었다. 마침내 잠긴 문의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문을 열고 빠져나가려던 찰나, 로드리고가 뒤에서 그녀의 몸을 붙잡고 내동댕이친 뒤 뺨을 철썩 때렸다. 파울라는 겨우겨우 일어나 집 밖으로 빠져나왔고 정원 울타리를 뛰어넘어 거리에서 도움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한발 뒤로 물러섰지만, 다행히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다. 

파울라는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의료진의 진찰 결과 함몰된 두개골, 부러진 콧뼈, 흔들리는 치아, 전신에 든 피멍이 확인됐다. 아직 살아있는 게 용하다며 의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로드리고는 가정폭력으로 기소돼 감옥으로 보내졌다. 변하겠다고, 더 잘하겠다고, 매번 거짓말로 파울라를 잡아두려 했던 로드리고.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그를 믿고 싶었던 파울라. 그러나 그 선택은 치명적인 실수로 판명됐다. 로드리고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웠고, 사랑의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찌 보면 불 보듯 뻔한 시나리오다. 거친 폭력을 휘두른 뒤 무릎 꿇고 울며 용서를 빌고, 선물을 주고, 껍데기뿐인 약속으로 마음 약한 피해자를 살살 구슬려 떠나지 못하게 하는 전형적인 가정(또는 데이트) 폭력의 악순환. 대부분의 경우, 폭력을 쓰는 가해자는 변화하지 않으며, 그 대신 주위 사람을 설득해 그들이 저지른 짓을 뉘우친다고 믿게 한다. 파울라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피해자들에게 이를 알려서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막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메시지: 달콤한 거짓말을 믿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빠져나올 것.

로드리고와 같은 폭력범이 세상엔 여전히 많다. 수천, 수만 명의 피해 여성이 긴 셔츠와 치마, 화장으로 상처를 가린 채 두려움에 떨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용서는 인생에 있어 소중한 의미를 지니는 가치다. 단, 이를 교묘히 이용해 학대를 일삼는 가해자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울라의 가슴 찢어지는 사연은 그 자체로 슬프지만, 동시에 폭력의 덫에 걸린 수많은 여성들에게 크나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경찰에 알리거나 국번 없이 1366으로 신고하자.

소스:

Clarín

Comments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