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범죄 근절을 위해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한 모녀

도쿄에 사는 마리 토노오카 씨는 딸이 고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 생인 딸이 작년부터 등하교 길에 이용하는 만원 지하철에서 자꾸만 치한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flickr

그녀의 딸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조용하고 얌전한, 지하철 안의 치한(이라고 쓰고 변태라고 읽는다)이 노리기에 좋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다른 시간 대를 이용해보기도 하고, 작은 알람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반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거나, 심지어 기차 안에서 서 있는 곳을 옮겨 보기도 했지만 아무 것도 효과가 없었다. 아이는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무서워하다가 집에 와서 울기 일쑤였다.

youtube.com/TokyoMovielllEnzai2

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동안 아이는 “그만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기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때마다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괜히 소리친다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점점 무력함을 느끼다가, 결국 아이는 스스로 이 문제에 부딪히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올해 초 토노오카 씨의 딸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치한을 잡았고, 경찰에 신고해 체포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와 엄마 마리 씨는 지하철 치한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범죄자를 잡는 것이 목표라기보다는, 단지 이런 성희롱 범죄를 당하지 않는 효과적인 방어책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재적인 치한들에게 미리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올해 4월, 작은 '치한 예방' 카드를 만들었다. “치한은 범죄입니다. 나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울면서 잠들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그 카드를 아이는 메고 다니는 책가방 끈에 달아서 어깨 바로 아래에 보이도록 했다.

scb.jpn.org

그 카드를 달고 다니자, 놀랍게도 더 이상 치한에게 당하지 않게 되었다. 이 작은 카드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소리를 치거나, 저항할 용기를 낼 필요도 없이 말이다. 얼마 후, 두 모녀는 카드를 뱃지 형태로 바꾸고 “치한 근절” 뱃지라는 이름도 “치한 억제” 뱃지로 바꿨다. 고심해서 지은 이 뱃지의 이름에는 더 이상의 피해자 발생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범죄의 근원을 막고자 하는 멋진 두 모녀의 바램이 담겨있다.

scb.jpn.org

마리 씨가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SNS에 올리자,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 아이디어는 “치한 방지 뱃지 프로젝트(Anti-Groping Badge Project)”로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지하철 치한을 막는 이 마법같은 뱃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이 모녀는 디자인을 새롭게 고안한 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뱃지의 제작 및 배급을 추진했고, 비슷한 종류의 뱃지 제작에도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11월 중반까지 계속된 이 프로젝트의 소식이 널리 퍼지면서, 여러 언론사에서 이 모녀의 이야기를 다뤘고,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twitter.com/scb_info

서울지방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1천 31건, 2013년 1천307건, 2014년 1천356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성범죄는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 뿐 아니라 국내의 모든 공공 교통 수단에서 치한 범죄는 늘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효과적인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뱃지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faavo.jp/project806

침묵하는 대신 직접 움직일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용기있는 사람들이 모여, 피해자의 마음까지 괴롭히는 이런 류의 비겁한 범죄가 언젠가는 근절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도 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면,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 멋진 모녀의 이야기를 공유해주시길.

Comments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