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거지의 구걸 팻말을 고쳐 써준 한 신사

어느 토요일 아침, 한 젊은 남자가 문 닫은 상점 앞에 앉아 행인들에게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길바닥에 앉아있었다. 낡은 옷과 닳아빠진 신발, 누가 봐도 추레한 행색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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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앞에는 작은 동전통이 놓여있었고, 손에는 "저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적힌 팻말이 들려있었다. 지금껏 통에 모인 동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때, 고상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다가왔다. 새하얀 셔츠의 가장 윗단추는 열어둔 채, 윤이 나는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거지에게 다가간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동전 몇 푼을 통에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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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가던 길을 재촉한 신사는 별안간 멈춰섰다. 뭔가에 영감이라도 받은 듯, 그는 장님 거지에게 돌아와 그의 거뭇한 손에 들려있던 팻말을 빼 들었다. 잠시 적힌 것을 살펴본 그는 팻말을 뒤집어 반대편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글이 완성되자, 그는 새로 적은 글이 보이도록 거지 손에 팻말을 쥐여주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팻말을 받아든 거지에게 짧은 작별인사를 건넨 신사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멍하니 생각에 잠긴 채, 거지는 멀어져가는 신사의 구두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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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가 떠나고 얼마 안 가 주변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동전통이 평소보다 빨리 차기 시작한 것. 거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람들이 이토록 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그는 잠깐 찾아왔던 신사가 그의 손팻말에 뭐라 적었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날 오후,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신사는 아침때 그대로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거지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신사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거지는 곧바로 그에게 팻말에 적힌 내용을 물었다. 신사의 답변에 거지는 얼떨떨해졌다. "사실대로 썼어요. 당신이 적었던 내용을 다른 말로 표현했을 뿐이죠. '오늘은 참 아름다운 날이지만 저는 볼 수가 없습니다.'라고요."  

Flickr/fabiomarini

팻말 앞뒤로 쓰인 문구는 적선 받기 위한 것으로 의도는 같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전혀 달랐다. 처음 거지가 쓴 것은 그저 그가 시각장애인이니 도와달라는 이야기였다. 신사가 고쳐 쓴 후, 거지가 들고 있던 팻말의 새 글귀를 본 사람들은 온몸의 감각을 통해 아름다운 주말을 만끽하게 되었다.  푸른 하늘과 만개한 꽃 — 불현듯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일상을 특별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했다. 우리는 종종 풀기 힘든 어려운 문제나 못다 한 미련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우리 곁에 펼쳐진 아름다운 일상을 놓치곤 한다. 날마다 감사해야 할 일이 셀 수 없이 많다. 쓸쓸히 고립돼 고민하거나, 혹은 미소를 머금고 헤쳐나가거나. 어느 쪽이든 우리의 하루는 흘러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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