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이식 수술’에 자원했던 남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발레리 스피리도노프(Valery Spiridonov, 33세)의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주 순탄치 않았습니다. 러시아 출생인 그는 척수성 근육 위축 질병인 '베르드니히 호프만'이라는 선천적 희소병 환자였습니다. 척추가 덜 자라거나 아예 자라지 않는 게 그 대표적인 증상이었습니다. 이 병으로 몸 전체를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 특별한 휠체어가 아니면 일반 의자에는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심각한 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세월의 대부분을 좋아하는 공부에 전념하며 살았습니다. 발레리는 블라디미르 주립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같은 병을 앓는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건강했습니다.

"전 이제 30살이 넘었습니다. 저랑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20살까지 밖에 살지 못합니다."라고 발레리는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죽음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발레리는 세계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에 참가자로 자원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머리를 이식하는 대수술이었죠! 이탈리아 출신 외과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Sergio Canavero)가 그 해 집도하겠다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수술이었습니다.

이 수술이 위험하다는 건 발레리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나은 인생을 살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시도해보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2018년 초에 카나베로 의사는 발레리가 아닌 다른 중국인 자원자를 선정해 수술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수술을 꼭 받게 될 거라고 굳게 믿었던 만큼 돌아오는 실망도 그리 적지 않았습니다. 아마 카나베로 의사가 현재 연구하는 곳이 중국이다 보니 중국인을 선정했을 것이라고 발레리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고대하던 수술은 받지 못하게 됐지만 좌절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매우 안심했습니다. 심적 부담이 무척 많이 줄었습니다. 아직 누구도 받아보지 못했던 수술을 제가 받기엔 좀 무섭잖아요." 수술은 받지 못했지만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발레리는 멋진 여성과 결혼해 귀여운 아이를 낳았습니다!

연을 맺은 여성의 이름은 아나스타샤 판필로바(Anastasia Panfilova). 화학 기술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발레리와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에 살고 있었습니다. 두 남녀는 어려움을 딛고 몇 주 전에 사랑스러운 아기를 낳았죠. "우리는 같은 도시에 살면서 일 때문에 만날 기회가 아주 많았습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이 사람과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발레리는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약 1년 전 모스크바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거주 중입니다. 발레리는 플로리다 주립 대학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감정 분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발레리가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발명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 밝은 얼굴로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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