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엄마와 여동생을 잃은 소년, 마지막 선물을 전하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어느 평범한 하루. 한 여자가 조카에게 선물할 인형을 고르고 있었다. 아이가 선물상자를 열어보고 얼마나 즐거워할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현금이 얼마나 있나 확인차 지갑을 꺼내는데, 복도 쪽에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소년이 홀로 서 있었다. 

Flickr/zionfiction 

1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갈색 곱슬머리를 한 소년은 파란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너무 자주 빨아 입은 듯한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신발 끈은 아무렇게나 묶은 채. 아이의 두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여자는 지갑을 든 채로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아이는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 손목에는 분홍 리본을 감고서. 그녀의 호기심은 커져갔다...   

Twitter/pineconeshoppe 

"안녕. 왜 혼자 있어?" 여자의 물음에, 소년은 장난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여동생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왔다고 답했다. "그거참 멋진 생각이네. 그런데 왜 그렇게 슬픈 거니?" 아이는 그녀를 보더니 선물 살 돈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음, 산타 할아버지가 동생한테 인형을 갖다 주시지 않을까?" 그 말에 소년은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아이의 눈에서, 아이답지 않은 슬픔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제 동생이 있는 곳에는 산타가 안 가요."

여자는 목구멍이 옥죄어 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간신히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동생한테 무슨 일이 있니?" 정말 대답을 듣고 싶은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묻지 않을 수도 없었다.

"천국에 있어요. 거기서 동생이 뭔가 좋은 선물을 받으면 좋겠어요. 우리 엄마도 곧 거기로 가실 테니까 인형을 갖다 줄 수 있을 거예요."

아이의 대답을 들은 여자는 바닥이 출렁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여자는 입을 열었다. "음, 너한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보자." 그녀는 소년의 돈을 세는 시늉을 하며 자기 지갑에서 지폐를 몇 장 꺼내 살짝 밀어 넣었다. 갑자기 인형을 사고도 남을 만한 돈이 생긴 소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잘됐어요! 이제 엄마가 좋아하는 꽃까지 살 수 있어요. 엄마는 하얀 장미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소년은 떠났고, 남겨진 여자는 아이가 혹시 거짓말을 한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내 의심을 떨쳐버렸다. 

Flickr/kevincortopassi

어지러운 마음에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사는 것조차 잊고 장난감 가게를 나온 여자. 신문 헤드라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음주운전으로 벌어진 끔찍한 사고 소식이었다. 이 사고로 엄마와 4살 딸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고, 딸은 병원으로 가던 중 숨졌다.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속 사람들이 아까 만난 아이의 가족인 것일까. 그녀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지워내려고 했다. 

이후 며칠간, 신문의 부고 면을 꼼꼼히 살피던 그녀는 결국 마주하고 싶지 않던 소식을 접하고야 말았다. 음주운전 사고로 의식이 잃은 여성이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난 것. 부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허무하게, 너무나도 빨리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제 당신이 먼저 간 딸과 재회하게 됐다는 것만이 남은 가족들의 유일한 위안."

장례식 장소와 날짜를 확인한 여자는 직접 가보기로 마음먹고 장미 꽃다발과 함께 묘지로 향했다. 

Flickr/lisacee

여자는 장례가 치러지던 그 자리에서, 장난감 가게에서 본 소년을 다시 만났다. 아이는 한 손에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다른 손에는 인형을 들고 있었다. 아들과 나란히 선 아버지는 침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유가족을 위한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찾지 못한 여자는 그저 눈물만 흘리며 무덤가로 갔다. 장미를 내려놓고 돌아서는 순간 소년과 눈이 마주친 여자는, 그제야 가게에서 본 아이의 눈빛이 왜 그토록 사무쳤는지를 알 게 되었다. 아이는 돌이킬 수 없는 헤어짐과 상실을 모두 경험한, 다 자란 어른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식장을 나왔다.

Flickr/Ann Larie Valentine

단 한 순간에, 이 가족의 단란한 삶은 산산조각이 났다. 술 마시고 무책임하게 운전대를 잡은 한 인간 때문에. 택시를 부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직접 차를 몬 대가로, 그는 앞날 창창한 어린 소녀와 소년의 엄마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와 막내딸을 모두 잃고 망연자실해 있다. 음주운전, 당신 목숨만 위험한 게 아니라 다른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이다.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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