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털로 뒤덮인 "털복숭이" 소녀의 이야기

기이한 겉모습에 괴물 취급받았던 앨리스(Alice Elizabeth Doherty)는 사실 평범한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당시 얼굴을 포함해 온몸에 수북하게 자란 털 때문에 "미네소타 털복숭이녀(Minnesota Wolly Girl)"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1887년 3월 14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앨리스는 "늑대 인간 증후군"이라고도 알려진 "다모증(hypertrichosis)"을 진단받았다. 출생 당시, 이미 약 2cm의 금색 털로 온몸이 덮여 있던 앨리스. 아이는 미국에서 발견된 "다모증" 환자의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가족 중 누구도 앨리스와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부모와 형제자매들 모두 정상적인 털을 가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튀는 용모의 아이는 곧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가족들에겐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 앨리스와 같이 남다른 외모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이 다반사였기에, 앨리스의 부모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늘 두려워했다. 

앨리스의 아빠 앨로시우스(Aloysius)는 이 모든 상황이 버거웠다. 하지만 딸을 보고 싶어 하는 이웃들을 본 뒤, 가족의 생계수단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바로 돈을 받고 "털복숭이녀" 앨리스를 보여주는 것.

앨리스가 두 돌 남짓 되었을 때, 아빠는 아이를 구경거리 삼아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앨리스는 지역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기회로 여긴 그는 온 가족을 데리고 미국 중서부 지역을 다니며 기나긴 투어를 돌았다. 대도시로 갈수록, 사람들은 구름 떼처럼 몰려와 유리창 안에 전시된 앨리스를 구경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곳저곳 도시를 옮겨 다니며 투어는 계속됐고, 앨리스의 가족은 풍족하게 살 만큼 큰돈을 벌어들였다.

당시 털로 뒤덮인 특이한 외모로 돈을 벌고 있던 것은 앨리스뿐이 아니었는데. "사자 얼굴을 한 사내, 라이오넬(Lionel the Lion-faced Man)"이나 "개 얼굴을 한 소년, 조조(Jo-Jo the Dog-faced Boy)"라고 불리는 다른 다모증 환자들은 그녀보다 더 큰 유명세를 누리며 더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앨리스의 경쟁자였던 이 두 사람은 홍보 전문가까지 대동하며,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이국적인 외모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러모로 미네소타에서 온 소녀 앨리스보다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

5살 무렵, 앨리스의 털은 13cm에 달했고, 청소년기에는 무려 20cm 가까이 자랐다. 비록 겉모습은 무서운 "늑대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마음만은 이웃집 소녀같이 활발하고 예의 바른 아이였던 앨리스. 실제로 아이를 만나 본 기자들은 앨리스를 놀기 좋아하고 약간은 짖궂은, 밝고 호기심 많은 소녀로 묘사했다. 아이에게 없던 한 가지, 앨리스는 연예인 기질을 타고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물건처럼 전시되는 것을 싫어했고,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을 단 한 번도 즐긴 적이 없다고 한다.

1915년, 마침내 앨리스의 '괴짜쇼'는 막을 내렸다. 가족 모두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었기에, 보통 소녀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비록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1933년 6월 13일, 앨리스는 댈라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고, 사망 원인은 비밀에 부쳐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충분히 보상받고 평화로운 여생을 보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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