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세계 대전을 막은 역사 속에 숨겨진 ‘영웅’

2017년 5월 19일, 스태인슬라브 페트로브(Stanislav Petrov)라는 이름의 남자가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살아온 인생만큼 조용하고 평범했다. 그리고 올해 9월, 그의 죽음이 다시 재조명되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던 페트로브. 주변 이웃들조차 그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페트로브는 인류를 구한 진정한 '영웅'이었다. 약 40년 전, 무시무시한 인류 대재앙이 될 뻔한 핵전쟁을 막은 숨은 공신, 페트로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983년 9월 26일, 때는 바야흐로 냉전 시대. 소련과 미국 정부는 대량의 핵무기를 생산하며 극심한 경쟁을 일삼았다. 언제 어느 쪽이 먼저 공격을 해올지 몰라, 두 나라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당시 페트로브는 44세로, '오코'라는 암호명을 썼던 미사일 조기 탐지 위성 대대의 소련군 중령이라는 참모직을 맡고 있었다. 미사일 탐지 위성의 경우, 기존의 레이더 방식보다 10분 정도 빠르게 날아오는 핵 미사일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막아내는 기능은 없었다. 따라서 미사일이 감지되면, 적을 향해 맞대응 하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언제든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페트로브가 근무하고 있는 소련 핵 조기 경보 센터에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렸다.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신호가 뜬 것이다! 병사들은 페트로브의 결정만을 기다렸다. 중령 페트로브는 응당 이 사실을 사령부에 보고해야 했다. 예상대로라면, 보고 후 소련 정부는 미국을 향해 맞공격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이는 수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대전쟁의 서막을 예고하는 일이었다. 결정의 기로에 놓인 페트로브. 그러나 순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페트로브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미국이 발사한 미사일이 딱 1개뿐이었던 것이다. 만약 정말 공격의 의도가 있었다면 미국이 단 하나의 미사일만을 발사했을까? 이러한 의문이 든 그는 첫 번째 사이렌을 잘못된 경보라고 판단했고 보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또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위성이 이번엔 또 다른 4개의 미사일을 감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섰다는 사실에 회의적이었던 페트로브는 자신의 직감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제 군 경험과 이를 통해 익힌 제 직감을 믿었습니다. 인간은 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존재니까요. 컴퓨터는 인간의 부산물일 뿐이죠." 살아생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다. 결국 페트로브는 상부에 '잘못된 경보'라고 보고했다. 영원 같이 느껴지던 고통의 17분이 흘렀다. 이 소련군 중령은 (이후 고백컨대) 자신이 조국을 위해 옳은 결정을 내렸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식은땀을 흘리며 추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페트로브의 결정은 옳았다! 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소련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이 없다고 확인된 것이다. 알고 보니, 높은 고도에 위치한 구름에서 반사된 햇살을 위성이 미사일로 잘못 감지한 것이다. 

"당시 제가 앉아 있던 푹신한 안락의자가 마치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처럼 느껴지더군요. 손발이 저리고, 식은땀에... 제가 옳은 결정을 내렸는지 확실치 않았기에 얼마나 초조했던지요. 하지만...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킨, 역사상 '최악의' 인물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비록 군인이었지만, 핵전쟁이 전 세계에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약 7억 5천 명이 죽고 3억 4천 명 정도가 부상을 당한다고 예상했어요(당시 세계 인구는 약 44억 명)." 페트로브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류를 위한 페트로브의 고귀한 행동은 군사 기밀에 부쳐져 수년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페트로브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1998년, 페트로브의 전직 상사가 냉전 시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고, 이를 통해 페트로브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페트로브는 전 세계 각지의 여러 단체로부터 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정작 페트로브 자신은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전 영웅이 아닙니다. 그저 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적절한 타이밍에 제가 있었을 뿐이죠."라고 겸허히 말했다.

1984년, 군대에서 자진 퇴역한 페트로브는 모스크바의 한 연구 센터에서 일했고, 정년을 채운 후 은퇴했다. 그는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자였다. 작년 페트로브에게 암이 찾아왔고, 그는 눈을 감을 때까지 조용히 숨어 지내면서 자신의 인생을 정리했다. 

스스로 영웅이라는 칭호가 걸맞지 않다고 했지만, 페트로브야말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위대한 의인이자 영웅이 아닐까. 그가 아니었다면 핵전쟁으로 전 세계는 커다란 재앙을 맞았을 수도 있었다. 세계 평화를 지켜준, 진정한 '영웅', 페트로브의 이야기를 널리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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