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구조하다 3도 화상 입은 여성, 아이의 아빠와 결혼

미국 워싱턴주 뉴먼 레이크스(Newman Lake)에 사는 33살 에인절(Angel Fiorini)은 작년 10월 28일 저녁,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일어날 일이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한밤 중, 에인절은 갑자기 숨을 쉬기가 힘들어져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금세 집에 사고가 터졌음을 알았다. 침대에서 뛰쳐나온 그녀는 침실 문쪽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보니, 집 한쪽이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제가 있는 곳) 반대편이 타고 있었지만, 무척 뜨거웠어요. 당장 집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알았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같이 사는 남자 친구 애론(Aaron Fiorini)은 그날 밤 일하러 나갔던 터라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안엔 에인절과 애론만 사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세 아이들이 두 방에 나뉘어 곤히 잠들어 있었다. 

Facebook / Aaron Wiskey Fiorini

젊은 엄마는 곧장 4살 비니(Vinnie Fiorini)와 2세 로잘리(Rosalie Fiorini)가 잠든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을 양팔에 한 명씩 안은 뒤, 집에서 최대한 빨리 나갔다. 집과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 아이들을 내려놓고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여 활활 타고 있는 집의 모습이 보였다.

"짙은 검은색 연기가 자욱했고, 불길이 너무 빨리 번져 어떻게 맏딸을 구하러 다시 집에 들어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와 집이 타들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고, 이 상황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냥 구조를) 기다리는 건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Facebook / Joanna Small

8살 딸 지안나(Gianna Fiorini)를 구하기 위해서 에인절은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집으로, 연기 속으로, 화염 속으로 들어갔다.

"열기와 매운 연기 때문에 눈도 뜰 수가 없었어요. 잠복한 군인처럼 바닥에 엎드려 기어가야 했습니다."

목이 막힌 채 따가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뜨거운 연기 속을 기어갔다. 문, 벽, 가구 등을 손으로 만져가며 위치를 파악했다. 

마침내 맏딸이 잠든 방을 찾은 그녀는 딸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고 방에서 나와 불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현관문을 나오기 바로 직전, 에인절의 다리에 불이 붙었다. 피부가 녹아내리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픔도 잊은 채, 에인절은 아이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현관 왼쪽으로 나왔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Facebook / Fiorini Family Donation page

에인절이 아이들을 구하는 동안, 구조대가 집으로 도착했다. 도착한 구조대는 에인절과 지안나를 현관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놓았다. 잠시 뒤, 앰뷸런스 침대 위에서 의식을 되찾은 에인절은 자신의 상태를 그제야 알게 됐다. "지안나와 저의 팔과 손이 다 새카맣게 타 녹아내려 있었어요."

에인절과 지안나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둘 다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딸은 엄마 덕에 생명에 지장이 갈 만한 정도의 화상을 입진 않았지만, 에인절 자신은 거의 몸의 절반에 3도 화상을 입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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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어서 저는 잠에서 깰 때마다 울분에 차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차라리 팔을 떼 달라고 부탁하거나, 마실 것 좀 달라 말하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아악!'이 다였어요."

그러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에인절은 치명적인 폐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성 폐렴(Bacterial pneumonia)에도 걸렸다. 하지만 에인절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폐렴 치료가 끝난 뒤에도, 피부를 최대한 복원하기 위해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았다.

Facebook / Aaron Wiskey Fiorini

장장 5주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에인절은 드디어 퇴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비교적 경미한 화상을 입었던 지안나는 에인절보다 2주 빨리 집에 돌아가 있었다. 

그 뒤 몇 달 동안, 에인절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상처는 매일 꾸준하게 관리도 해주어야 했다. 남자 친구인 애론은 기쁜 마음으로 에인절을 도와주었다. 아픈 에인절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애론은 그날의 사고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해 준 여자 친구와 세 아이들을 한순간에 잃을 뻔했다. 에인절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구해낸 에인절이 여자 친구를 넘어 영웅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세 명의 아이들은 지금쯤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애론의 사랑은 한층 더 깊어져, 15년의 동거 끝에 그녀를 아내로 맞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Facebook / Angel Fiorini

올해 1월, 애론은 에인절에게 (엄청) 늦은 프러포즈를 했다. 그리고 7월, 두 사람은 드디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결혼식을 올렸다.

"(애론의 프러포즈는) 무척 멋진 서프라이즈였어요. 그런 일들을 겪은 뒤에 마침내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니. (결혼식 날은) 눈물이 많이 났던 날이었습니다. 결혼도 결혼이지만, 저와 딸들이 무사한 걸 축하하는 날이기도 했어요."

Facebook / Angel Fiorini

운명을 바꾼 10월의 사고로, 가족은 집과 재산을 잃었다. 화재의 원인은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 친구, 심지어 동네 주민들까지 그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을 위해 임시로 살 이동식 주택을 대여해주었고, 지역 회사들도 돈을 모아 가족에게 새로운 자동차를 마련해주었다. 게다가 에인절 가족이 재기할 수 있도록 모금도 진행하고 있다. 

Facebook / Aaron Wiskey Fiorini

2016년 10월 28일은 에인절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래도 가족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얽매여 있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무사하고 늘 함께한다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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