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쌍둥이의 특별한 사연

쌍둥이 자매 준과 제니퍼는 (June & Jennifer Gibbons) 카리브 해의 바베이도스에서 태어나 영국 웨일즈 지방에서 자랐다. 두 자매의 관계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웨일즈의 변두리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매는 당시 마을에서 유일한 흑인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주민들의 차가운 멸시와 조롱에 시달리던 자매에겐 친구도 하나 생기지 않았다. 결국 의지할 곳 없던 둘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꼬옥 붙어다녔다.

시간이 흘러, 쌍둥이는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소통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완전히 고립된 아이들이 염려된 가족은 자매를 서로 다른 기숙학교로 보내버렸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기만 하면 더 끈끈하게 뭉치는 쌍둥이 자매를 갈라놓기란 불가능했다.

하나가 된 그들은 극단적인 범죄 이야기 구상에 몰입했고, 방화와 절도 등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목표 없는 삶을 살아가던 자매는 하루하루가 지겹기 그지없었다. "친구도, 할 일도 없다. 의미 없는 시간을 채워나갈 게 아무 것도 없다." 준이 일기장에 썼던 글이다.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은 쌍둥이는 브로드무어 정신 병원으로 보내졌다. 영국에서 가장 악랄한 범죄자들을 수용했던 장소로 악명을 떨치던 곳이었다. 쌍둥이는 각방을 썼지만, 놀랍게도 똑같은 괴상한 포즈로 앉아있곤 해서 간호사들을 당황케 했다. 두 자매는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기회도 없었지만, 마치 사전 공모라도 한 듯 한 명은 굶고 한 명은 과식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쌍둥이 자매의 유대감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감옥으로 보내지기 전, 둘은 심지어 서로를 죽이려고 하기도 했다. 준은 제니퍼의 목을 전화선으로 졸라 죽이려 했고, 제니퍼는 준을 강물에 익사시키려고 했다. 이윽고 화해한 두 자매는 감옥에서 각각 자살을 시도했으나, 결국엔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둘 중 한 명이 죽어야 다른 한 명이 제대로 살 수 있다.

사이코패스 쌍둥이에 대한 책을 집필하던 저널리스트 마저리 월리스(Marjorie Wallacehey)가 그들을 방문했을 때, 제니퍼가 입을 열었다. "마저리, 마저리, 전 죽어야 해요. 왜냐하면 우린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쌍둥이는 브로드무어를 떠나 가족이 사는 웨일스의 시설로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제니퍼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후 급성 심장 발작으로 숨을 거두었다. 부검 결과 자연사로 밝혀졌으며, 독이나 타살의 단서가 될만한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준은 이후 제니퍼가 새로운 시설에 도착하기 전날, 이미 건강이 악화했었다고 밝혔다. "제니퍼의 말투가 어눌했고... 피곤해하고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했죠. 제 무릎 위에 머리를 두고 두 눈을 뜬 채로 잠들었어요."

제니퍼의 죽음 이후, 준은 숨을 거둔 자매를 위한 어떤 애도의 표현도 하지 않았다. "자유다. 해방된 거야. 마침내 제니퍼가 날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했어." 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준은 또한 다음의 시를 지어 제니퍼의 비석을 꾸미기도 했다.

"한 때 둘이었던 우리는/ 둘이 하나가 되고/더는 둘이 아닌/ 하나의 삶이 되어/여기 잠들다."

제니퍼의 사인이 무엇이건 간에, 베일에 싸인 쌍둥이 자매의 관계는 오싹한 동시에 묘한 감동을 준다.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사회 부적응자로 타인의 멸시 속에 살아가며 오직 서로만을 단단히 붙든 두 자매. 결국, 삶이 끝난 뒤의 죽음까지도 함께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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