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할머니 프로그래머,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게임 앱을 개발하다

2017년 2월 23일, 애플 스토어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애플리케이션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앱은 인형을 단에 차례대로 진열하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나단(ひなだん)'이라고 불리는 이 스마트폰 용 게임 앱을 만든 개발자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와카미야 마사코(Masako Wakamiya)로, 81세의 고령 프로그래머였다. 일본 가나가와 현에 사는 그녀는 60세가 넘어 독학으로 웹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와카미야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내노라하는 큰 은행에서 수십 년간 근무했다. 몸이 아프신 90살 고령의 어머니를 돌보느라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던 그녀. 그렇게 정년퇴임의 시간은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컴퓨터만 있으면 집에서 한 발짝 나가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잡지에서 접하게 된 그녀는 "이거야!"라고 무릎을 탁 쳤다. 그 길로 당장 나가 컴퓨터를 충동구매한 와카미야 씨. 그리고 이 결정은 이후 와카미야 씨의 삶을 180도 바꿔 놓았다. 

Youtube/TEDx Talks

와카미야 씨는 컴퓨터만 있으면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집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설치에서 사용법까지 컴퓨터란 도구에 익숙해지는데만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와카미야 씨는 컴퓨터가 자신의 운명이란 사실을 알았던 걸까.

이후 인터넷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많은 친구들을 사귄 와카미야 씨. 컴퓨터 실력도 나날이 향상됐다. 그러다 주위 친구들과 함께 노인을 위한 커뮤니티, 맬로우 클럽(The Melloo Club)을 만들었다. 노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는 이 클럽은 500명의 가입회원 수를 보유할 정도로 커졌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살던 와카미야는 자신의 활동 범위를 점차 늘려갔다. 많은 사람들에게 ICT(정보 통신 기술)이, 특히 고립되기 쉬운 노인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할 수 있는지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와카미야 씨. 집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강좌를 열기도 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한 "엑셀 패턴 아트"를 직접 고안해내기도 했다. 노인들이 컴퓨터 기술을 쉽게 익히고 보다 흥미를 갖기 위함이었다.

Youtube/TEDx Talks

 "노인들 역시 컴퓨터를 이용해 엑셀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패턴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와카미야 씨는 말했다. 엑셀 아트는 함수를 이용해 셀을 채우거나 합쳐 패턴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직접 패턴을 디자인하는 재미도 있지만, 노인들의 경우 이 게임을 통해 보통의 경우 혼자서는 도전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 컴퓨터의 기본 기능과 프로그램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엑셀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Youtube/TEDx Talks

2016년 여름, 와카미야 씨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녀는 당장 맥북 PC를 구매해 애플에서 개발한 "스위프트(Swift)"라는 프로그램 언어를 2주일에 한 번씩 스카이프(화상통화)로 다른 엔지니어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배웠다. 그리고 6개월 만에 "하나단"이라는 게임을 완성했다. 

"하나단" 게임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일본 고유의 전통의상을 입은 12개의 여자 인형들을 알맞은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다. 규칙이나 조작법이 어렵지 않아 80세 넘은 고령의 노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모든 인형을 제 위치에 배치하면, "퐁!" 하는 드럼 소리와 함께 축하 메시지가 뜬다. 시간제한도 없고, 손가람 움직임이 빠를 필요도 없다. 그저 천천히 충분히 고민한 뒤 자신이 생각했을 때 맞는 위치에 인형을 배치하면 그만인 것이다. 

아래 영상에서는 와카미야 씨가 게임하는 법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2017년 2월 26일, 애플리케이션의 첫 선을 내보인 이후, 다운로드 순위에서 88위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많은 노인들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 기술과는 담을 쌓고 지내기 일쑤지만, 와카미야 씨는 정반대이다. 현재 "멜로우 클럽"의 회장이자 NPO 브로드밴드 학교 협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대학 강의를 비롯해 노인들이 디지털 기술을 보다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왕성한 활동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살아남은 희생자들의 증언을 모두 기록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멜로우 트레이딩 홀 프로젝트(The Mellow Trading Hall Project)"를 기획한 와카미야 씨. 이 프로젝트는 'UN 정보화 사회 세계 대회 어워드(the United Nations Information Society World Summit Awards)'에서 대상을 탔다. 2014년에는 테드(TED) 강연에도 참석한 와카미야 씨는 '디지털을 통한 창조의 기쁨'이란 주제로, ICT 기술을 활용해 노인들 역시 활발히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몇 년 뒤, 일본은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전체 인구의 약 35% 비중을 이루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령자가 사용하기 쉬운 ICT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이다. 컴퓨터 세대가 아닌 80세를 넘은 여성이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게임 앱을 개발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세상과의 창이 되어주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 인터넷. 과거의 와카미야 씨처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긴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등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에서 고립되기보단 활동 반경을 넓히고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하나단"은 애플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게임 방법이 단순한 만큼, 남녀노소 연령대 상관없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다. 

60세가 넘어 컴퓨터를 처음 접했지만, 지금은 프로그래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81세 인생 선배는 말한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부터 시작하라." 도전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망설이고 있는 친구에게 와카미야 씨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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