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길이 남을 1970년대의 행위예술

1974년, 세르비아의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색다른 퍼포먼스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리듬 0(Rhythm 0)'라고 명명된 본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여섯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로 대중 앞에 섰다. 수동적인 퍼포먼스라고 생각했다면 명백한 오산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름 끼치도록 섬뜩한 일들이 일어났기에.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나폴리 모라 스튜디오의 한 전시실에 조용히 선 마리나. 방 한쪽에 위치한 테이블 위엔 72가지의 물체가 놓여 있었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안내문"이 다음과 같이 쓰여있었다.  

"테이블 위의 72가지 물체를 원하는 대로 제게 쓰십시오. 

퍼포먼스.

난 객체입니다.

프로젝트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소요시간: 6시간 (저녁 8시 - 새벽 2시)"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놓인 물체는 "쾌락의 도구"와 "파괴의 도구," 이렇게 2가지로 나누어졌다. 쾌락으로 분류된 물체로는 깃털, 꽃, 향수, 포도알, 와인, 빵 한 조각 등이 있었고, 파괴 쪽엔 칼, 가위, 금속 막대기, 면도날, 총알이 장전된 권총 등이 있었다.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첫 몇 시간 동안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작가 몇몇이 용기를 내어 마리나에 접근했을 뿐.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과감해진 관중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키스하고,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꽃을 건네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앞으로 벌어질 경악할 만한 일련의 행위들에 비하면 아이들 장난에 불과했다...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몇몇 사람들이 그녀를 들어 올려 테이블에 눕히고 다리 사이에 칼을 꽂았다. 몸을 더듬으며 예술가의 은밀한 부위를 탐닉하는 사내들도 있었다. 이후 세 시간 동안, "파괴의 도구"를 이용한 다채로운 행위가 펼쳐졌다.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면도날을 이용해 마리나가 입고 있던 의상을 찢어버렸고, 드러난 살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그녀의 몸은 온갖 학대의 흔적으로 뒤덮였고, 잔혹한 고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세 시간쯤에 완전히 벌거벗겨졌습니다. 네 시간쯤엔 살을 베기 시작했죠. 목덜미에 칼집을 내어 흘러나온 피를 빨아먹던 이도 있었고요. 성적 학대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리나는 본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기에 살인이나 강간까지도 묵인했을 거예요." 당시 마리나의 퍼포먼스를 목격했던 미국의 예술비평가 토마스 맥에빌리의 말이다.

"전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옷이 찢겨나가고, 배는 장미 가시에 찔리고, 누군가 제 머리에 권총을 겨누기도 했죠." 마리나가 프로젝트의 마지막 두 시간을 회상하며 말했다.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마침내 약속된 여섯 시간이 지나고, 객체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마리나. 그런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관중은 아무도 없었고, 다들 재빨리 자리를 뜨기 바빴다. 아무도 그녀를 다시 인간으로 대하지 못했다.

Youtube/Marina Abramovic Institute

한편, 그날 밤 벌어진 소름 끼치는 사디즘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렸다. 테이블에 놓인 두 분류의 도구들과 같이, 관중들 또한 "공격"하는 그룹과 "보호"하는 그룹으로 나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군가 그녀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을 때, 양쪽 무리가 충돌했다는 목격담도 이어졌다. 목격담의 진위를 떠나, 실로 충격적인 실험이 아닐 수 없다.

아래 영상에서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직접 당시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본 프로젝트는 우리 내부에 숨어있는 잔혹한 인간성을 폭로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이 얼마나 빨리 공격하고 공격당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자신을 지켜내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을 욕보이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말이죠. 기회만 주어지면 대부분의 '정상적'인 관중은 폭도로 변하고 맙니다."

...6시간 행위예술 프로젝트를 몸으로 겪어낸 마리나의 날카로운 성찰에, 슬프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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