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본 사춘기 소녀를 위해 낯선 여인이 쓴 편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어느 해변. 30대 여성이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한 청소년 무리 옆에 다가와 앉았습니다. 16살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재잘대며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수다를 떠는 아이들 중 유독 한 명이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Flickr / channing.wu

"초록색 수영복을 입은 여학생에게,

나는 네 옆에서 수건을 깔고 앉아있던 사람이란다. 어린 아들딸을 데려온 한 아줌마야.

무엇보다, 잠시나마 너희들과 닿을 만큼 가까이에 앉아 함께 웃고 시간을 보내서 참 좋았어. 너희들의 감성적인 대화와 내 귀를 채우던 음악 소리, 모두 다 듣기 좋았단다.

근데 말이야, 난 내심 놀랐어. 나도 너희와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나로 변해버린 건지 말이지.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던 소녀가 '옆에 앉아있는 아줌마'가 됐다니.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오던 해변을 이제는 자녀와 함께 오게 되었구나.

Flickr / kourtneypaige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려고 편지를 쓰는 건 아니야. 네가 내 눈에 자꾸 밟혀서 이 편지를 쓰게 됐단다. 정말 안 볼 수가 없었어.

너는 무리 중에 가장 늦게 옷을 벗더구나.

친구들 뒤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슬그머니 티셔츠를 벗는 것을 봤어. 일부러 쳐다본 건 아닌데 우연히 보게 됐단다.

두 팔로 배를 가리고 어색하게 앉은 모습도 봤지.

머리카락이 내려와서 자칫 팔을 움직여야 할까 봐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던 것도 말이야. 

물에 들어가려고 서 있을 때 친구들에게 몸이 보이는 게 긴장돼 침을 삼키는 것도 봤어. 너의 팔은 여전히 튼 살과 늘어진 피부, 셀룰라이트를 가리느라 바빴지.

친구들 무리에서 천천히 걸어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부분에 신경 쓰던 모습도 보았단다.

Flickr / Sean Jordan

긴 머리를 풀어헤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같은 친구들이 부러웠던 걸까? 너는 숨을 곳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바라보고 있었어.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표정으로.

나도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 전에 초록색 수영복을 입고 있던 소녀와 같은 경험을 했단다. 그래서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아.

사실 나는 너의 입장도 겪었고, 너의 친구들 입장일 때도 있었단다. 지금은 둘 다 아니고, 혹은 둘 다일지도 몰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창피해하지도 뽐내지도 않고 맘 편히 즐길 거야. 지금의 나는 어떤 쪽이라도 상관없어.

가방에 책이 보이던데 한창 공부할 나이에는 손 쓸 새도 없이 배가 나올 수도 있는 거야.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데, 너를 숨기기에 바쁜 나머지 그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않아 안타까웠어.

Flickr / Gabrielle Germano

네가 지금 그토록 부끄러워하는 그 몸이 사실은 젊고 싱그럽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거란다. 아무려면 어때! 너의 몸은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의 영혼을 담고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하기에 아름다운 거야.

30대 아줌마의 눈으로 너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알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구나.  

언젠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너의 몸매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란다. 볼록 튀어나온 부분, 보조개, 몸 곳곳의 라인, 점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을 아껴줄 거야. 그 사람은 너의 몸만이 그려낼 수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거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너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거지.

날 믿고, 믿고, 또 믿으라고 말하고 싶어.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해. 완전치 않기에 더욱 빛난단다. 

하지만 네 주변에 이런 말을 해 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그땐 어쩌지?

그래도 알아주렴. 분홍색 수영복을 입고 나와 바다에 놀러 온 내 딸은 모래를 잔뜩 묻혀가며 신나게 놀았어. 오늘 그 아이가 했던 유일한 걱정은 바닷물이 차가우면 어떡하냐는 거였어.

Flickr / Paco Gaitero

초록색 수영복을 입은 소녀, 너에겐 아무 말도 전할 수 없어.

하지만 내 딸에겐 '모든 걸' 말해줄 수 있어.

그리고 아들에게도 '모든 걸' 말할 거야.

이게 우리가 사랑받을 방법이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야."

이 글이 페이스북에서 15만 번 이상 공유되었다는 게 이해가 가네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훌륭한 메시지입니다. 쓱 웃어넘기고 행복해하면 그만인 고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결국,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중요한 건 행복했던 추억뿐일 텐데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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