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인격이 5번은 변하는 ’20개 인격’의 여성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여주는 성격과 진짜 성격이 다르다는 생각, 한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대다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지만, 성격 간 격차가 큰 일부 사람들은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고민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몇 개의 가면을 번갈아 쓰면서,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까먹는 사람들입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킴(Kim Noble)은 다중인격장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Facebook / Kim Noble Artist

심리학계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이 병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 지배적입니다.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은 끔찍한 현실을 버티기가 어려워 여러 개의 인격을 만들어냅니다.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는 인격들이 한 몸에 같이 있는 겁니다. 

킴의 머릿속에는 20명의 인격이 있습니다. 사전에 어떤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인격이 바뀝니다. 갑자기 다른 인격으로 전환되고 나면, 킴은 갑자기 자신이 왜 그 장소에 있는지,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녀의 병을 처음으로 눈치챈 건 10대 때 사귀었던 연인들이었습니다. 연인들은 그녀가 다른 사람과 바람피우는 걸 봤다며 킴에게 추궁했습니다. 이후로도, 킴은 몇 년 동안 연인이었던 것 마냥 행세하는 사람들과 종종 대면했습니다. 물론 킴은 그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때부터 정신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Facebook / Kim Noble Artist

킴의 다양한 자아 중에는 거식증을 앓는 15세 소녀 주디(Judy), 중년 여성 패트리샤(Patricia), 학대받은 기억이 있는 리아(Ria), 21살 남성 켄(Ken), 청소년 복지 센터에 보내진 딸을 그리워하는 어린 엄마 다운(Dawn) 등이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다운이 말하는 딸은 실제로 그녀가 낳았던 아이였습니다. 딸의 이름은 에이미(Aimee)로, 이미 한참 전에 성인이 되었습니다. 킴은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에이미의 양육권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킴의 또 다른 인격이자 아이 엄마인 다운은 에이미가 딸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전히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Facebook / Kim Noble Artist

자신에게 여러 인격이 있다는 걸 안 뒤로, 킴은 각각의 인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인격을 실제로 만나거나 친구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킴은 패트리샤입니다. 패트리샤는 인격들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격입니다. 

킴의 일상은 빈번한 인격 전환으로 인해 몹시 혼란스럽고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샤워한 기억은 없는데도 몸에서 비누 향기도 나고 제모도 되어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장을 보고 돌아왔는데도, 냉장고에 음식이 하나도 없거나 혹은 너무 많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만약 거식증을 앓는 주디의 인격으로 변했다면, 킴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인격은 하루에 평균 5번 정도 변하지만, 매일 킴의 인격이 그중에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킴 자신을 비롯한 다른 모든 인격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미술입니다. 

Facebook / Kim Noble Artist

12년 전, 그녀의 심리상담사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킴의 인격들은 다양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각 인격마다 그리는 스타일도 천차만별입니다. 킴은 보기만 해도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Facebook / Kim Noble Artist

인격들 모두 실력이 몹시 출중해, 킴의 작품들은 런던에 있는 지브라 원 아트 갤러리(Zebra One Art Gallery)라는 곳에 전시되었습니다. 이 갤러리는 살바도르 달리, 프랜시스 베이컨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들이 거쳐간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킴의 담당의들은 그녀의 자아가 끔찍한 트라우마로 인해 여러 갈래로 갈라진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심리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어기제로서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냈다는 뜻입니다. 

"진단 결과를 듣고, 무척 겁이 많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Youtube/OWN

그녀의 20개 인격 중 3~4명만이 진단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진단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킴은 각 인격에게 쪽지를 남겨두기도 합니다. 쪽지는 자신의 아파트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녀의 딸 에이미는 엄마의 질병에 이미 적응했고, 어떤 인격과도 사이가 좋습니다. 에이미와 킴(그리고 나머지 19명도?)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낍니다. 때때로 자신의 병 때문에 절망하고 용기를 잃을 때에도, 그녀의 곁에는 든든한 딸 에이미가 있습니다. 

킴의 인격 몇몇이 등장하는 인터뷰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어) 

7개 인격을 갖고 있었던 한국 드라마 《킬미 힐미》 속 남자 주인공이 생각나는 사연입니다. 그보다 13개나 더 많은 인격들과 같이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킴이 다시 평범한 삶을 누리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이 놀랍고도 존경스럽습니다.

소스: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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