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치료견' 프로그램, 어린 환자들을 웃게하다

어린이 질병 사망 원인 중 소아암은 늘 1위를 차지합니다. 비록 성인보다 그 발생 빈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한국 기준(2015), 연간 약 1,200명의 아이들이 소아암에 걸립니다. 소아 1만 명 중 한 명 정도가 소아암에 걸린다고 볼 수 있죠.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은 병원에 입원해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아픈 치료를 견뎌가며 밖에서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이는 지독한 고문이나 다름없죠. 어린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의 서구권 나라에서는 동물 매개 치료(Animal Assisted Therapy)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일본의 비영리기관, '빛나는 아이들!'(Shine On! Kids!)에서 실시한 첫 치료견 프로그램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어 소개합니다. 

빛나는 아이들 기관은 2006년 처음 설립됐습니다. 이전 명칭은 '타일러 기관'으로, 처음 기관을 설립한 마크 페리(Mark Ferris)와 킴벌리 페리(Kimberly Forsythe Ferris) 부부의 아들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당시 도쿄에 살던 페리 부부의 아들, 타일러는 태어난 지 1달도 지나기 전에 림프종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도쿄 시내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살이 채 되기도 전에 부부의 곁을 떠났습니다. 타일러는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밝은 아이였죠.

이에 페리 부부는 일본의 소아암 아동과 그 가족을 돕고자 기관을 설립했습니다.  특히 빛나는 아이들 측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입원 및 치료 과정에서 아이들 또는 그 가족들이 받는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데 주력합니다. 화제가 된 치료견 프로그램도 이 중 하나입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치료견은 병원이란 무거운 환경에서 쓸쓸히 지내는 어린 환자와 그 가족의 곁을 지킵니다. 말은 못 해도 마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의사인 셈이죠. 

치료견 프로그램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같은 해 1월, 첫 치료견인 골든 레트리버, 베일리(Bailey)와 요기(Yogi)가 태어났습니다. 두 개는 첫 치료견으로 시즈오카 아동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두 치료견은 아직도 시즈오카 병원에서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죠. 지금은 2017년도에 들어온 새 치료견, 애니(Annie)도 함께랍니다.

치료견들은 환자의 곁에 머물며 병원 방문, 치료, 검사, 수술, 운동 등의 활동을 함께 합니다. 의사와 환자 단 둘이면 자칫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한껏 부드럽게 만들죠. 때론 조련사와 함께 병원 정책 등을 점검하는 중요한 회의에도 참석합니다.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이죠!

치료견들은 병원의 정직원처럼 대우 받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 치료견과 함께할 경우, 아동 환자의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검사, 치료 및 수술 등에 임하는 자세가 훨씬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자세가 완치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 시즈오카 아동 병동에서 치료견들과 생활한 아이들은, "베일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라며 수술실을 들어가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네요. 

Youtube/TedxTalks

하지만 현재 일본 전국을 통틀어 치료견은 베일리와 요기, 애니, 이렇게 세 마리가 전부입니다. 동물 매개 치료를 실시한 병원 역시 시즈오카 아동 병동과 가나가와 아동 메디컬 센터뿐이죠. 일본에 없는 치료견 양성 전문 훈련소를 찾아, 베일리는 무려 하와이까지 날아가 훈련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선 여전히 개를 '병원 직원'으로 대우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 치료견 프로그램 초반, 사람들은 베일리를 보고 "감염이라도 되면 어떡하려고...", "병원 위생 상태가 걱정된다."라고 말하며 항의했습니다. 반발이 심해지자, 병원 측은 개 행동 반경에 제한을 두고, 병동에서 딱 한 군데만 출입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의료진은 치료견으로 인한 환자와 가족들의 변화에 크게 놀라며, 치료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치료견들은 아동 병동 거의 모든 곳에 출입이 가능합니다.  

Youtube/TedxTalks

빛나는 아이들 기관은 일본 전국에 치료견 프로그램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시즈오카 현에서 치료견 활동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개최했습니다. 사진 속엔 아이들과 치료견이 해맑게 웃고 있었죠.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400,000엔의 모금 목표액을 달성했으며, 이렇게 모인 큰돈으로 전국 병원과 교육 시설에 사진전 개최 및 앨범 무료 배포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테드 엑스 강연회에서 치료견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하고 있는 조련사 유코의 모습입니다(영어 자막).

매해 일본에서 치료견을 필요로 하는 환자 수는 약 3,000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한 마리의 치료견을 양성하는데 약 8천만 원의 큰 비용이 들기에 치료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이에 빛나는 아이들 기관에선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기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답답한 병원 환경에서 고통스러운 치료를 견뎌야 하는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큰 힘과 사랑을 주는 치료견들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나옵니다. 한국 역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매개자원활동'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치료견 프로그램을 통해 아픈 아이들이 하루빨리 암을 이겨내고 천사 같은 미소를 되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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