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해변가,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며 끙끙대던 할아버지의 감동 사연

여름에 남부 유럽을 가본 사람이라면 기온이 말도 못하게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해변가라면 더 심하죠. 전국을 휩쓰는 고온에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통구이가 된 듯한 기분에 고통스러워합니다. 특히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에겐 더욱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블로거이자 사진작가 엔리코(Enrico Galletti)는 한 해변에서 '이 장면'을 본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햇볕 아래, 한 남자가 장애인인 아내의 휠체어를 모래 속에서 힘겹게 밀고 있었죠. 아내가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다 바람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 순간 할 말을 잃고 숙연해졌습니다.  

엔리코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고, 이를 인터넷에 공유했습니다. 사진은 예상했던 대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사진과 함께 올린 엔리코의 글 역시 보는 사람의 마음에 크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한 장의 사진과 글. 아래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죠.

Tre chilometri. Dal parcheggio alla riva del mare. Un mare blu e cristallino. E lui l’ha voluta portare proprio lì, in...

Pubblicato da Enrico Galletti su Lunedì 7 agosto 2017

"3km. 주차장에서 해변가까지 거리. 파란색의 에메랄드 빛을 자랑하는 눈부신 바다. 그는 아내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사르데냐 섬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하지만 차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이 바다를 말이다. 오늘은 악명 높은 남부 유럽의 여름날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날 중 하나로, 기온은 무려 39℃에 육박했다. 보아하니 아내는 몸이 마비된 듯,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남편은 밀짚모자를 쓴 채 땀을 열심히 닦아내고 있었다. 강렬한 햇볕 아래에서 해변까지 장장 3km를 걸어온 것이다. 물론 아내가 앉아 있던 휠체어를 밀면서 말이다.

해가 정점에 다다른 시간, 온도계는 39℃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시 해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70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이 노인이 휠체어를 밀며 뜨거운 모래밭 언덕을 열심히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두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던지. 나는 할아버지께 여쭸다. 도움이 필요하시냐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걱정 말게. 꽤나 익숙하거든." 도대체 '무엇에' 익숙한 것이라 말인가. 속으로 자문한 나는 그저 숙연해졌다. 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은 할아버지를 도와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Perfect Love

할아버지(여기선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와 이야기를 나눈 뒤, 그제야 왜 할아버지께서 왜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고 말씀하신 것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30년 전, 햇볕에 그을릿 까무잡잡한 아름다운 피부를 자랑하던 소녀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할아버지. 그때 그 소녀가 나이를 먹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엔 이제는 희끗해진 머리를 하고 몸이 뇌쇠한, 그때 그 청년이 함께였다. 온화환 미소를 지으며, 강인하고 진실된, 그리고 한결 같은 마음을 지닌 채로 말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행복할 때나 아플 때도..." 결혼 서약의 이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Marriage

우리는 계속해서 휠체어를 함께 밀었다. 묵묵히. 할아버지께 우리가 마저 휠체어를 주차장까지 밀겠다고 말했고 쉬시는 게 어떠겠냐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시고는, "이미 많이 도와주었네."라고 말씀하시며 계속 가길 원하셨다. 똑. 그의 이마에서 또 하나의 굵은 땀방울이 떨어졌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나는 절대 내 아내를 혼자 두지 않아." 라고... 그날 아침, 할아버지는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아무 해변으로나 아내를 데리고 간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밀고 도착한 곳은 사르데냐 섬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변이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평생을 함께 보낸 일생의 동반자이자 사랑하는 여인에게 멋진 풍경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2017년이지만, 이 섬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히 장착된 도로나 어떤 장치도 없다. 이 사진을 몰래 찍어서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내가 느낀 그때의 그 기분을 세상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사진이니까.

true love

할머니께서는 웃으며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할머님 눈에는 우리가 그저 굉장히 "흥미로운" 청년들이라고 생각되셨나 보다. 부부는 그렇게 서로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나 역시 두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약간의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작별 인사를 나누고 파라솔을 가지고 해변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분은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몇 분 뒤, 좁고 더러운 길 저편으로 두 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감동이 밀려와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었던 나. 그땐 그저 훗날 두 분을 다시 뵙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아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 이 침묵이 두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계속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런 순간이었다. 사랑, 진정한 사랑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Comments

다음 이야기